연대 인사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매일 아침 연대장실에 신문을 넣어드리기 전에 슬쩍 훑어보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내 시선을 딱 잡아끄는 기사가 있었다. 행정사라는 자격증이 1회 시험을 치른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바로 아래에는 일정 급수 이상 공무원에게는 자격을 무료로 준다는 문구가 있었고, 운 좋게도 내가 그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엔 그냥 ‘아 그렇구나’ 정도였는데, 괜히 호기심이 생겨 검색을 해보니 예전에 행정대서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자격이었고, 원래는 퇴직 공무원에게만 주던 걸 일반인들이 헌법소원인가 뭔가를 해서 시험제도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마침 그 시험이 1회 시험이었던 거고.
사실 그때만 해도 이걸 어디에 써먹겠냐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도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말처럼, 그냥 국방인사포털에 들어가 경력증명서를 뽑고 신청을 넣었다. 어찌 보면 내가 연대 인사과장이었으니 더 쉽게 할 수 있었던 작업이기도 했다.
응시원서와 경력증명서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12월 26일, 자격증이 도착했다. 하지만 막상 받고 나니 쓸모가 있을까 싶어 서랍 속에 툭 던져 넣고는 전역할 때까지 존재조차 까맣게 잊어버렸다.
전역하고 나서도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어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전역장교 공채부터 일단 지원했지만, 그 공채는 사실상 3년 복무 후 전역하는 ROTC 출신들을 위한 제도라 나에게는 해당이 없었다. 연락 오는 곳은 보험사, 경비업체 등 뿐이었고, 내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부모님이 작은 사업을 하고 계셨다는 점이었다. 월 300만 원 받고 함께 일을 했지만, 흔히 말하는 ‘부모 자식 간에 하면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운전교육’이라는 말처럼, 부모님과 사장–직원 관계로 지내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결국 1주일 입원까지 했다.
입원해 있던 그 일주일 동안, 우연히 ‘행정사 실무교육’ 공고를 보게 됐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 받아 죽으나, 굶어 죽으나 뭐가 다르냐고. 그래서 퇴원하는 날 바로 행정사 개업신고를 넣었다.
하지만 하나를 놓쳤다. 전역은 했지만 아직 직업보도교육(전직지원교육) 기간이었기 때문에 신고가 반려됐다. 실무교육도 안 하고 서류부터 넣은 탓에 당연히 다시 튕겼다.
그제서야 뒤늦게 실무교육을 신청했다. 그때가 7기 교육이었는데, 지금처럼 체계가 잡혀 있을 시절이 아니라 거의 친목회 분위기였고, 구성도 대부분 퇴직 공무원이 80%, 시험 출신이 20%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시출끼리, 공출끼리, 군출끼리 모여 수다 떠는 식이었고, 강사들도 전문지식보다는 ‘행정사 하며 먹고 살기 참 힘들다’는 이야기만 반복하던 시기였다.
어쨌든 실무교육을 마치고 다시 개업신고를 넣었고, 이번엔 정상 수리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행정사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내가 행정사를 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스트레스 받아 죽으나, 행정사 개업해서 망해서 굶어 죽으나 결국 같은 마음이었다. 어차피 가보지 않으면 모르는 길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그냥 부딪혀 보기로 했다.

By 불꽃포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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