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동료 행정사와 티타임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행정사라는 직업 자체가 제도적으로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고, 다른 자격사들에 비해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여전히 논란도 많고, 인접 직역과 충돌도 빈번하다.
물론 예전보다는 교통정리가 많이 되었지만, 행정사는 워낙 다루는 분야가 넓고, 제도가 만들어질 당시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가능한 행정절차 대행”이라는 취지로 출발했기 때문에 아직도 행정서사라는 옛 명칭이 자연스럽게 불린다.
반면 법무사도 과거에는 법무서사라고 불렸지만, 사시 준비했다가 전향한 사람들이 준비하는 고난도 시험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지금도 “변호사보다 법무사가 더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공부량이 어마어마하다.
행정사는… 솔직히 복불복이다.
수십만 명의 무시험 공무원 출신 행정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의뢰인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행정사 중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업무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행정사가 있는 반면, 큰 사무실을 임대해서 다른 행정사들에게 사무공간을 재임대하며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또 “월 1억 버는 행정사”라고 광고하면서 프랜차이즈처럼 가맹비를 받고 확장하는 곳도 있다.
요즘 변호사 시장이 대형 로펌과 네트워크 펌 중심으로 움직이듯, 행정사들 사이에서도 여러 명이 함께 프로필 사진을 찍고 합동사무소, 행정사법인 등을 표방하는 분위기가 슬슬 자리 잡는 듯하다.
나도 이런 고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주위에서 “사무소 명 좀 빌려줄 수 있냐”, “프랜차이즈로 확장해볼 생각 없냐”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나는 모험에 강한 성격이 아니다. 긴 군 생활을 하면서 안정이 몸에 배었고, 솔직히 말하면 내가 누군가의 생계를 책임질 만큼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감사하게도 자리가 잡혀 월 700~800 정도 벌고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직원 한 명 더 둔다고 해서 내가 영업만 뛰며 사업을 확장할 자신도 없다.
변호사 시장도 비슷하다. 대형 로펌이 있지만, 그 밑에는 수많은 중소형 부티크 펌이 있고, 또 어떤 변호사들은 골방 하나에서 자신만의 특성화 영역을 깊게 파고든다.
동료 중에는 외적 확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철저히 실력과 내공을 쌓는 데 관심이 있다.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국민들이 피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문제는 늘 생긴다.
행정사 중에 월 1억 번다고 홍보하는 사람도 있다. 순진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광고가 꽤 먹히는 모양이다.
기존에 일하던 업체 중 하나가 있는데, 이 업체는 문제가 생기면 꼭 나를 찾는다.
마치 해결사처럼 여기는 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도 사람이라 기분이 상할 때가 있다. “이번 건만 해결하면 연락 끊어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일이 터지면 또 연락이 오고, 그때마다 어찌저찌 수습해주다 보니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이상한 구조다.
얼마 전에도 이 업체가 의료기기 3등급 수입인증 견적을 요청해와서 정상 가격으로 알려줬더니 비싸다고 했다.
아는 세무사에게 소개받은 다른 행정사는 “우리는 800이면 해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그 월 1억 번다는 행정사였다.
나는 행정사로 5년 동안 일했고, 포스팅을 보면 대략 감이 온다.
진짜 실무를 하는 행정사인지, 겉만 번지르르한 사짜인지.
그 행정사는 그 분야에서 이름이 전혀 없었고, 800만 원에 할 수 없는 업무였다. 분명히 다시 연락이 올 거라고 말했지만, 업체는 결국 그쪽을 선택했다.
그러고 1년 뒤,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1년 동안 아무 진전도 없었고, 수임료까지 1,500만 원을 보냈다고 한다.
그 업체는 결국 그 행정사와 수임료 분쟁으로 법정 싸움을 하고 있고, 의료기기 업무는 다시 나에게 맡기게 되었다.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외적 확장이라는 건 내공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있어빌리티(있어 보이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기본기가 없는 있어빌리티는 결국 사기로 귀결될 뿐이다.
올해 내 부족함을 인정하고 대학원을 두 군데나 등록했다.
하나는 일반대학원, 하나는 특수대학원.
직원이 없어서 아쉬운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오로지 내 능력이 부족해서 아쉬운 적만 있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다짐한다.
외적 확장의 유혹에 빠져 사짜의 길로 흐르지 않겠다고.

By 불꽃포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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