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정사일지

첫 행정사 업무, 간절함.

반응형

행정사 개업신고를 했지만 사무실은 없었다.

 

당시 행정사 실무교육 때 만난 동갑내기 행정사가 괜찮으면 자기 사무실로 업무신고를 해도 된다고 해서 업무신고를 하게되었다.

여전히 수익은 있어야 했기 때문에 부모님 사업을 하면서 블로그 홍보도 하고 전화가 오면 전화상담을 하고, 계약을 해야 하면 동기 행정사 사무실에 가서 계약을 했다.

 

당시 동기 행정사는 사업 수완이 있었다. 아직 갈피를 못잡은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사람이었고, 음주운전만 한달에 5건만해도 300만원이면 충분히 먹고 살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 동기 행정사는 시작하자마자 직원 1명을 두고 음주운전만 전문적으로 했고, 추후에 직원을 4명까지 둘 정도로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나는 공무원 생활 때문이었을까? 겁이 났고 직원을 두기 보다는 내가 하나 하나 문서를 만드는 것이 속이 편했다.

 

잠시 화제를 돌려, 참모 과장 때도 작전과장은 작전장교하고 작전계원한데 문서를 주고 만들어오라고 시킨 후에 펜대만 굴리는 스타일이었고, 당시 군수참모나 정보참모 역시 본인이 문서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 반면, a4용지에 일명 와꾸를 잡은 후에 타이핑을 계원이 치면 문서를 수정하는 스타일이었다.

 

웃기지만 당시 2000년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컴퓨터와 워드라는 것이 흔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시기였고, 더군다나 군에서는 컴퓨터 보급이 어려워서 1인 1pc가 안되었다. 

 

그리고 참모 과장들은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았고 대부분이 계원이 문서를 만들어오면 수정을해서 최종본을 출력한 후 결제판에 끼워서 수기 결제를 하던 시기였다. 무려 2000년대 초반이었음에도 말이다.

 

반면, 나는 전공이 컴퓨터 공학이라 컴퓨터에 익숙했다. 전산병과로 갔어야 했는데, 앞서 포스팅 때 처럼 소설로 배운 군생활은 보병이 진리였고, 보병을 선택했다. 소대장이 끝나고 처음 대대급 인사과장에갔는데 내 자리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인사계원에게 왜 나는 컴퓨터가 없냐고 물어보니, 오히려 왜 너는 컴퓨터가 필요하냐?라는 눈빛이었다. 이전 인사과장도 a4이면지에 와꾸를 잡아 계원에게 타이핑을 쳐서 가져와서 수정하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그 날 보직 신고를 하고 통신장교에게 가서 창고에 안쓰는 컴퓨터나 노트북을 달라고 했고, 켜지는데 느려서 쓰기 힘들것이라며 보급 노트북 받았다. 일과를 마친 후 혼자 사무실에 남아 느린 컴퓨터를 포멧하고 윈도우를 새로 깔고, 램을 더 꼽아서 빠릿빠릿하게 만들었다.

 

웃기게도 통신장교는 대학 때 전공이 전기과였고, 나는 컴공과였으니 이후로도 통신장교가 컴퓨터가 안되면 나를 찾아왔다.

 

암튼 나는 내가 직접 타이핑을 했고 오탈자 검수만 계원에게 시키다보니 언제나 우리 인사과 계원은 퇴근이 1순위였고, 정작과 군수과 계원의 부러움을 샀었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문서를 잘 만드는 건 아니었다. 내가 문서를 배운 건, 당시 대대장님이 인사참모부 실무 중령이었던고 그 분이 인사직능으로 대대장으로 오게 된 그 부대에 내가 인사과장으로 온 것이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공문서를 만들었다. 내 문서 만드는 역량은 그 분의 역할이 200%였다. 군 생활 때 듣기로는 원스타까지 진급하셨다는 소리를 들었다. 인사직능으로 원스타면 말 다했지만..

 

암튼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결론적으로 나는 직원의 월급줄 자신까지는 없었다. 당장 굶어죽어야 할 판에 직원까지 들이면 한달에 200만원을 더 벌어야 하는데, 내가 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 두려움이 있었고 동기 행정사는 1명을 뽑아 돌리고 영업이 잘되자 또 한 명을뽑아 인건비만 400만원이 나갔음에도 열심히 영업을 하며 세를 확장시켰다.

 

집에 들어가면 나만 바라보는 가족들을 보면서 정말 간절하게 일했다. 반성문도 쓰고 탄원서도 쓰고, 계약을 한다면 어디든 달려 갔다. 지금도 반성문과 탄원서 의뢰가 들어오는 배가 불러서 안쓴다기 보다는 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 안쓰고 그냥 기존 양식을 드린다.

 

그 때는 참 간절했다. 정말 업무 생각밖에 없었다. 다행이 동기와 함께 있어서 그런지 시너지 효과가 있어고 첫달 수임료는 300만원으로 시작했다.

 

다행인건 직업 군인의 아내도 군인이라는 말처럼, 군생활 때 받아온 월급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만 수익이 나면 생활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