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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일지

학사장교로 긴 군생활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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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된 계기는 아마도 데프콘 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어릴 때 공부하는 것 보다 노는 것을 좋아했고, 한글 조차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올해 40세가 넘고 내 자녀가 중학생임에도 명절에 부모님을 만나면 아직도 3학년 때 맞춤법이 틀린 편지를 이야기할 정도였으니

 

암튼 그러던 중 우연하게 전쟁 소설을 읽게 되었다 그 소설이 바로 데프콘이었다.

소설은 당연히 허구였고, 극적인 면을 가미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었는데 중학교 때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그 때 부터 소설을 마구잡이로 읽기 시작했고, 부모님 역시 나에게 책 값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렇게 글에 대해 익혀갔는 것은 물론, 그 때 군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면서 마음에 품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여느 다른 또래 학생들 처럼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 입대를 하려고 했다.

병사와 달리 직업 군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면서 군 장학생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학군교와 통합이 되었지만 당시는 3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게 되었고 8월에 입대했다.

 

군대를 소설로만 배운 나는 군인이 된 이후에 목표는 없었다. 장기복무나 진급이나 이런 것은 전혀 소설책에 나온 것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나는 내 중심으로 삶이 돌아가는 사람인데 내 삶과 사생활 보다 공익과 국가가 우선인 군대의 시스템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부터 10여년이 흐르고 더이상 군복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가족과 두 자녀가 있음에도 다시 이기적으로 전역을 택했다.

 

(잠시 주제를 돌려 지금은 직업 군인에 대한 인기가 많이 없지만 그대로 직업군인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성향이 내 삶과 사생활을 보장 받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자면 마음을 접고 빨리 병사로 다녀오길 바란다. 아님 병사로 먼저 생활하고 군대를 체험한 후에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 부대는 대령이 지위하는 연대급 부대 인사과장이었다. 예하부대는 대대급 / 대급 부대 총 6개였다. 그러다보니 인사과장는 차량도 나오고 부대에서 인사권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였기 때문에 권력에 맞을 느겼지만 잠시라는 생각에 전역을 택하게 되었다.

 

전역 신고를 하고 아침에 읽어나 담배를 피러 나갔는데 통근 버스에 오르는 부대원들을 보면서 이전과 다른 감정이 올라왔다. 휴가와 다른 나만 동떨어진 느낌, 당시 예하 부대장 분 중 나와 친한 선배가 했던 말이 있다.

 

그 선배는 부사관에서 3사관 학교에 진학한 케이스인데 내가 군을 지킨게 아니라 군이 나를 지킨거라는 말이었다. 그말이 아침에 와닿았다.

 

그리고 부대에 놓고 온 짐이 있어 들어갔는데, 더이상 나는 연대 인사과장이 아니기 때문에 위병소 근무자의 거수경례도, 프리패스도 없이 패찰을 교환하고 들어가야 했다.

 

그렇게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오게 되었고, 그 때 부터 선배의 말, 내가 군대를 지킨게 아니라 군대가 나를 지켰다는 것을 여실히 깨닿는 시간이 펼쳐졌다.

 

너무나 참혹했다.

 

 

 

미생에서 처럼 회사 밖은 전쟁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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